처녀티가 난대요
                                               -혜산에 사는 외할머니에게 평양의 손녀가 보내는 편지-
  보고싶은 할머니, 안녕하십니까.
  내가 앓지는 않는지 일은 잘하고있는지 정말 보고싶다는 할머니의 편지를 열흘전에 받고도 이제야 이렇게 편지를 써요.
  건강하게 잘 계시겠지요?
  아버지, 어머니도 모두 건강해서 맡은 일을 잘해나가고있어요.
  중학교를 졸업한 이후로 한번도 할머니를 뵈오러가지 못해 정말 미안해요.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1년밖에 안되서 아직도 배울게 많아요.
  참, 할머니. 할머니는 날 항상 어린애로만 생각하니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요즘 공장사람들이 날 보고 제법 처녀티가 난다고 말해요.
  난 아직도 중학생티를 벗지 못한것같은데 좀 숙성해지는 나의 모습과 함께 마음도 커가고 일본새도 달라진다고 바라보는 직장사람들의 사랑이 비낀 말인것같아요.
  그런데 할머니,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어쩐지 속으로는 부끄러웠어요.
  그 이름만 불러보아도 가슴뿌듯하고 긍지스런 김정숙평양방직공장 직포공의 칭호는 지녔어도 그 영예 빛낸적은 얼마였던가하는 생각이 들면서 일정한 나이에 이르면 절로 갖춰지는 모습, 그런 처녀티가 부끄럽더군요.
  청춘시절 불타는 사랑과 열정으로 만리마를 타고 끊임없이 내달리는 준마처녀들…
  또 시대가 내세워준 양어처녀, 비단처녀…
  할머니, 나도 이들처럼 키워준 조국을 받들어 의리와 보답으로 커가는 처녀로 사람들앞에 떳떳이 나서고싶어요.
  나이가 되서 저절로 갖춰지는 처녀티가 아니라 헌신으로 돋보이고 위훈으로 빛나는 그 모습이 내가 가꿔가고싶은 처녀티예요.
  할머니, 더 열심히 분발하고 피타게 노력하여 나도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아시고 조국이 기억하는 시대의 가장 아름다운 처녀가 될 결심이예요.
  다음에는 이 손녀가 더 성장한 모습으로 편지를 보내드릴게요.
  래년 봄에는 우리 보러 꼭 평양에 올라오세요.
  다들 보고싶어해요.
  건강하세요.
  외할머니가 제일 사랑하는 손녀딸이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