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애
  무궤도전차 정류소에는 몇사람만이 서있었다.
  갑자기 앞에 서있던 한 처녀가 양복주머니며 가방의 여기저기를 뒤지며 불안해 한다. 전차가 올쪽을 바라보기도 하고 반대켠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보매 차표때문인것 같았다.
  거의 반사적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던 나는 금방 내가 마지막차표를 꺼내들었다는 생각에 멈춰버렸다.
  여느때에는 값눅은 차표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가 그 작은 한장때문에 딱한 고비에 빠져본적이 나도 몇번 있는지라 처녀의 심정이 리해되며 내 마음까지 불안해왔다. 
  마침내 처녀가 걸어갈 마음을 먹었는지 줄밖으로 나서려는데 중년의 웬 녀인이 처녀의 눈앞으로 차표 한장을 내밀며 정답게 웃는것이였다.
  《아이 이러시면…》하며 어쩔바를 몰라하는 처녀, 구원의 말이라도 바라는듯 다른 사람들을 미안한 눈길로 바라본다.
  정류소의자에 앉아있던 머리허연 아바이가 긍정의 표시런듯 머리를 끄덕여주고 나도 다행스런 마음을 담아 미소해주었다.
  그래도 처녀는 어쩔바를 몰라하며 돈을 꺼내며 갚아주려고 한다.
  《됐어요. 5원짜리 표 한장이 뭐라고. 정 딱하면 이다음 내게 돌려주는셈치고 또 다른 사람을 도와주면 되겠군요.》하는 그 녀인의 의미있는 목소리가 정류소의 공기를 한층 더 따뜻하게 하였다.
  이윽고 무궤도전차가 달려와 멎어서고 모두의 눈길에 떠밀리며 처녀도 그리고 녀인도 아바이도 나도 차에 올랐다.
  즐겁게 웃으며 차표를 낸다.
  거리를 누비는 무궤도전차.
  새삼스럽게 나는 무궤도전차안을 둘러보았다. 낯모를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찬 전차안.
  설사 차표 한장을 내지 않는다고 차에서 내리라고 할 사람도, 혹은 벌금을 요구할 사람도 없으련만 너나없이 모두가 차표를 말없는 통에 넣으며 그것이 없으면 이 전차에 오르기를 저어하고 또 낯모르는 서로서로가 함께 도우며 기꺼이 이 자그마한 차표 한장에 티없는 모습들을 비쳐가고있다.
  5원짜리 시내차표, 그 한장이면 시안의 어디나 다 갈수 있는 너무도 값눅은 차표 한장, 바로 그래서 그것을 더욱 무겁게 여기며 소중히 지켜가는 시민들이 아니던가.
  티없이 맑고 깨끗한 그 무수한 마음들을 싣고 우리의 무궤도전차는 평양의 거리를 달리고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