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출판인쇄종합대학 실습공장 로동자 박명일
  목요일 오전. 
  그것은 나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였다. 그야말로 눈깜빡할새, 아차 잘못한 탓에 그만… 
  나도 놀랄 비명소리, 손끝에서 시작된 아픔이 전신으로 뻗쳐오르며 의식마저 몽롱해갔다. 아니, 차라리 의식을 잃고싶은 심정이였다고 함이 더 정확할것이다.
  손, 나의 손가락이 떨어져나갔다는 의식하고싶지 않은 사실이 눈앞에서 벌어지였던것이다.
  어데선가 총알같이 날아온 박동무가 팔뚝에 무슨 끈같은것을 매놓던것이 생각난다.
  어찌나 세게 조여맸던지 그때부더 나는 시종 온몸이 그 끈에 끌려다닌다고 생각되였다.
  실지로 나는 어데인지도 모르고 무턱대고 사람들의 팔에 이끌려가고있었다.
  …
  내가 의식을 차리고났을 때는 아늑한 병원침실이였다.
  맨먼저 눈에 띄는 의사모자, 그리고 어머니의 눈물어린 얼굴, 박동무와 부학장선생을 비롯한 대학의 여러 일군들의 모습이 차례로 눈앞에 안겨들었다.
  순간 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한 죄책감으로 미안한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다시 눈을 감았다. 아무것도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오직 관심되는것은 내 손이 어떻게 되였을가 하는 그것뿐이였다.
  오른손을 움직여보았다. 아팠다. 어떻게 되였을가?
  《걱정마오. 동무의 손은 일없소. 이제 입원치료를 잘 받고나면 다시 기계를 돌릴수 있단말이요.》
  누군가의 말에 나는 눈을 번쩍 떴다.
  어머니가 와락 내 얼굴에 안겨들며 오열을 터뜨리였다.
  나는 후에야 어머니가 그토록 오열을 터뜨린 사연, 내가 사고를 일으킨 때로부터 6시간 남짓한 사이에 있었던 가슴뜨거운 일들에 대해 어느정도 알게 되였다.
  대학일군들의 즉시적인 비상대책에 의하여 다친지 30분도 안되여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정형외과 수술장에까지 당도하게 된 사실, 장가도 들지 않은 총각이 손가락을 잘리우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무려 5시간동안의 긴장한 수술전투를 벌려 끝끝내 성공시킨 의료일군들, 병원집단의 그 성의가 너무 고마워 계획하였던 출장마저 미루고 많은 후방물자를 싣고 병원으로 달려온 대학의 일군들…
  나의 어머니가 박동무에게서 전화를 받고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왔을 때는 이미 대학의 일군들과 병원의 의료일군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병원》은 《대학》에, 《대학》은 《병원》에 대해 진정으로 되는 감사의 뜻을 표하던 참이였다. 
  아들이 손을 다쳤다는 놀라운 사실도 방금 들었거니와 만에 하나나 되리만큼 어려운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손을 잘리울번 하였던 아들이 이미 소생하였다는 엄청난 사실앞에 어머니는 어쩔바를 몰라하였다.
  얼굴조차 처음보는 이 모든 고마운 분들에게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할가 하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정말이지 죄스럽기 그지없었다.  
  다른 그 어떤 원인도 아니고, 순전히 내 잘못으로 빚어진 사고였건만 나를 탓하기에 앞서 이 못난이의 손을 지켜주겠다고 얼마나 많은 분들이 귀중한 시간을 바쳐가며 가슴 태운 6시간이였던가.
  평시에는 너무도 몰랐던, 내가 얼마나 고마운 사람들속에서 일하며 살고있었는가 하는것을 그때처럼 절감해본적이 없었다.
  입원치료의 나날에 나는 이에 대해 더욱더 매일같이 감수하게 되였다.
  나의 보잘것없는 손을 위해 바쳐지는 값비싼 약들이며 수많은 의사, 간호원들의 정성, 현장에서 일하다가 몸을 다쳤다고 저저마다 면회오고 전화를 걸어오는 대학의 교직원들과 현장동무들…
  나는 때없이 나의 손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군 한다.
  부모가 만들어준 손, 그리고 집단과 동지들이 지켜준 나의 손, 이 손으로 과연 내가 앞으로 얼마나 좋은 일을 할수 있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