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순이와 광진이
  제대군인 청년 정광진이 보통강피복공장의 수리공으로 일한지는 5년 남짓하다.
  처음 그는 맡은 일에 별로 마음을 붙이지 못하였다고 한다.
  녀성들이 많은 공장이라 잡다한 일들이 수시로 그의 손을 바랐는데 녀인들의 눈빛을 받으며 일하는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년로하여 병석에 있는 홀아버지를 생각하면 이래저래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공장의 일군들이 그런 그를 타이르며 힘들수록 집단과 동지들에게 의탁해야 한다고 힘을 주고 용기를 주며 물심량면으로 도와주었건만 광진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날에 아버지가 끝내 눈을 감고말았다.
  솟구치는 눈물을 삼키며 어찌할바를 몰라하고있는데 공장의 일군들과 종업원들이 달려왔다.
  그때 광진은 마치 자기들의 성의가 부족하여 아버지가 눈을 감기라도 한듯 죄송스러워하며 슬픔을 함께 나누는 공장일군들과 동지들앞에서 지금껏 너무도 옹졸하였던 자신을 타매하지 않을수 없었다.
  아버지의 령전에서 그는 이제 더는 집단의 애꾸러기가 되지 않겠다고 맹세다지였다.
  그후 그의 모습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하지만 언제나 웃으며 공장의 어려운 일을 다 도맡아 나서는 청년의 마음속 공허를 누구보다 속깊이 들여다보는 눈빛이 있었다.
  어느날 김미숙지배인이 그에게 다가와 조용히 물었다.
  《광진동무, 아버지 3년상도 치르었는데 이젠 장가를 들어야지요? 반려자를 괜히 먼곳에서 찾느라 하지 말고 우리 공장 재봉공들속에서 골라보는게 어때요?》
  《예?》
  《놀라긴, 내 보기엔 은순동무가 착실한것 같은데 어때요?》
  늘 곁에서 보아서인지 피복공장의 처녀라면 덮어놓고 싫다고 해온 그로서는 뜻밖의 말에 당황해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처녀의 얼굴이 눈앞에 보이기도 하며 시무룩이 웃음이 나갔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후부터 그의 시야에 재봉공처녀가 새로이 비끼기 시작하였다. 도고하고 일솜씨 맵짜기로 소문난…
  한편 코대 높은 이 처녀가 말썽 많던 자기를 어떻게 볼가 하는 위구심도 생겨났다.
  총각의 마음에 움터나는 자그마한 용기와 주저마저 속속이 꿰들고있던 작업반장이 이런 문제에선 남자가 대담하게 나서야 한다고 귀띔하였다.
  광진은 휴식일을 리용하여 은순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은순에게 진심어린 고백을 하였다.
  야멸찬 랭대를 받으리라 예견하였는데 생각외로 은순은 소곳이 고개만 숙이고 거절하지는 않는것이였다.
  허나 광진은 그때 다는 알수 없었다.
  지배인과 작업반장, 온 작업반원들이 그 몇번을 은순이와 마주앉아 그의 눈에 자기의 모습을 새겨넣어주었던지.
  6개월만에는 그리도 도고하던 은순의 입에서 《기능이 높고 성실한 동무입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오고야 말았다.
  이들의 사랑은 이렇게 망울터치기 시작하였다.
  사랑의 힘은 놀라운 혁신을 낳았다.
  온 공장이 아끼고 사랑하는 한쌍의 련인들.
  그들은 이제 더는 뗄래야 뗄수 없는 하나가 되였다.
  왜 진작 자기 곁에 있는 이런 사랑을 보지 못하였을가 하고 의심되기까지 하였다.
  《결혼식준비를 해야겠어요.》
  일군들의 협의회에서 한 김미숙지배인의 말이였다.
  어느날 광진과 은순은 작업반장의 손에 끌려 거리에 나섰다.
  여러 상점들을 다니며 조선옷감이며 양복감, 넥타이와 속내의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친어머니의 따뜻한 손길로 하나하나 골라 넣어주던 후더운 모습…
  은순은 이날 참 많은 눈물을 흘리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