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재일기(2)

조선민주주의인민공국 공민의 련재일기

 

조심히 문두드리는 소리가 울렸습니다.

새 원고집필을 하느라 콤퓨터건반을 연방 두드리던  편집원이 《예》하고 대답했지만 기척이 없어 또다시 크게 《예. 들어오십시요》하고 소리쳐서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주인공은 이번에도 그 사람이였습니다.

자기의 일기를 공개하겠다던 이상한 그 사람!

문을 열고 들어선 그 사람은 전번과는 달리 맹랑한 표정을 하고 서있더니 낯익은 자기의 일기장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난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

무더기비

주체105(2016)년 9월 12일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7월 5일의 일기에서 나는 려명거리건설이 올해중에는 반드시 끝날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이 모든것을 뒤집어놓는 일이 벌어졌던것입니다.

려명거리건설이 중지된다는것입니다.

《⋯우리 당은 려명거리건설을 비롯하여 200일전투의 주요전역들에 전개되였던 주력부대들을 북부피해복구전선으로 급파하고 전당, 전군, 전민이 총력을 집중할데 대한 중대조치를 취하였다.》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호소문이 나왔던것입니다.

본인은 얼마전에 일기《한밤중의 소낙비》를 홈페지에 올렸던 사람입니다.

그후 솔직한 저의 심정은 일기를 계속 낼 생각은 없었습니다.  200일전투로 바쁜것이 첫째이고 선코를 뗀 이상 (그것이면 공민으로써 나도 한가지 의로운 일을 했다고 자부)  누구든지 나처럼 할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기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를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질줄이야… 

우연인지 어쨌든 이번 이야기의 시작도 역시 소낙비였습니다.

조국의 북변 두만강연안에서 해방후 기상관측이래 처음보는 돌풍이 불어치고 무더기비가 쏟아져 여러 시, 군에서 막대한 자연재해를 입은것이 사건의 시작입니다.

… 무너진 수만세대의 살림집들과 공공건물들, 끊어진 교통망과 전력공급계통들…

북부지구의 인민들은 졸지에 보금자리를 잃고말았습니다.

그후에 벌어진 일들은 나로 하여금 전번 일기에서 한 나의 주장이 실현되지 못했다 하더라도 모든것을 체험했던바 그대로 세상사람들에게 알려야한다는 충동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아침 출근길의 뻐스안에서부터 온 하루, 직장에서도 사람들 그 누구라없이 짬만있으면 서로 주고 받는말은 온통 북부의 피해지역에 대한 말뿐이였습니다.

그럴 때보면 어디서 그런 소식통들이 날아오는지 자상히도 렬거되는 북부의 비참상이며 비상사태에 급변한 여러가지 조치들에 대한 소식들은 워낙 이야기판만은 딱 질색인 나의 마음까지도 은근히 끌어당겼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오늘은 퇴근길에 내 발걸음이 전에없이 빨라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뻐스에서 내려서며 멀지 않은곳에서 들려오는 귀에 익은 건설장의 그 혼탕된 동음소리를 일별하는 순간 나는 왜선지 안도의 숨이 나갔습니다.

반생이 넘도록 조용한 생활환경만을 추구해오던 나의 마음속에 놀랍게도 언제부터인가 퍽 유정하게 자리잡기 시작한  려명거리건설장, 철거를 하면서도 올해중에 희한한 현대적인 새집에서 살게 된다면서 기뻐하던 사람들. 아직은 들어본적이 없는 기적적인 속도로 일떠서던 그 건설장이 갑자기 하루새에 조용해지기를 내심 원치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집가까이로 갈수록 나는 요란스레 들려오는 그 동음소리들이 이미 내귀에 퍽 익은 이전날의 그 동음소리가 아니라는것을 똑똑히 알수 있었습니다.

기운차게 울리는 그 소리들은 육중한 혼합기며 기중기를 비롯한 각종 건설기재들을 적재함 가득 떠싣고 건설장을 떠나가는 자동차행렬의 동음소리였고 밤의 대기를 뒤흔들며 울려퍼지는 방송원의 절절한 호소도 이전날의것과는 다른, 전투원들을 북부피해지역에로, 새로운 건설장에로 떠미는 내용이였습니다.

어제까지 보아오던 려명거리의 모습과는 판판 다른 그 모든 광경을 넋없이 바라보며 어느결에 아빠트현관앞에 이르니 인민반장아주머니와 몇몇 녀인들이 모여서서 무슨 말들을 주고받다가 황급히 길을 내주는것이였습니다.

얼추 인사를 받으며 지나치기 바쁘게 뒤에서 그들의 말소리가 다시 들려왔습니다.

《그러니 려명거리 입사날이 늦어진대도 우리 인민반의 동거집들에서는 뭐 제기될게 없단말이지요?》

《아, 그럼요. 우리 걱정은 아예 말아요. 북쪽에서는 지금 몸담글데도 없는 판이겠는데⋯  그저 저쪽에서 빨리 입사를 하게 됐다는 소식이 왔으면 좋겠어요.》

완공의 날을 눈앞에 두고  건설자들을 떠나보내면서도 아무런 유감없이 그들을 바래는 철거세대녀인들의 진정의 목소리였습니다. 여적 그렇게 느껴본적 없던 녀인네들의 그 목소리가 이 밤엔 왜선지 무척 정답게 들려오는것이 참 이상했습니다. 

집에 들어선 나는 밥상을 물리자마자 다시금 창가로 다가섰습니다.

대낮같이 밝은 우리의 려명거리, 차들은 그냥 만짐을 싣고 떠나가고있었습니다.  아니, 그 어떤 불가항력의 힘이 온 려명거리를 통채로 북부에로 빨아가고있는듯 했습니다… 그 힘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 인민들의 불행을 자기의 친자식에게 들이닥친 고통으로 여기는 친어머니의 사랑의 힘이였습니다.